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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복싱일기 1 : 복싱을 뭐하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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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체육관을 다닌 지 한달하고 반이 넘어가고 있다. 그마저도 관장님이 바뀐지 얼마안된 요즘은 처음 배우는 느낌이 든다. 새로 오신 관장님이 내게 한달 경력이 있다는 걸 놀라워하고 있을 것 같다.
복싱을 배운다고 말하면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뭣때문에 굳이 복싱을 배우냐고. 내 주위 사람들은 장난반으로 사람 패려고 그러냐는 말도 자주 했다. 그런데 진지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조금 무례한 말이 아닐까. 일단 나는 뭐라도 패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사는 직장인이라 복싱을 선택하긴 했다.

복싱할 때 주로 입는 복장

레깅스만 입는 분들도 계시고, 나는 부끄러워서 바지도 입는다.
어쩌다보니 지도방식이 다른 두 관장님께 운동을 배우게 됐는데, 기본적인 루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본루틴


1. 스트레칭
2. 줄넘기 3R
3. 기본기 연습, 쉐도우 복싱 3R
4. 관장님과 미트치기 1R
5. 샌드백 3R~
6. 요일별 체력훈련 (버피테스트 등..)
7. 스트레칭 및 자유운동
(나는 보통 종아리를 풀 겸 트레드밀 경사도를 16, 속도를 5로 설정해 슬슬 걷는다.)

R은 Round로 1Round당 시작종소리 후 3분간 운동, 종료소리 후 1분 휴식이 반복된다. 이렇게 운동하면 짧아도 한시간반, 길면 두시간까지 운동한다.

4. 새로 오신 관장님은 초보인 회원도 한 명 한 명 미트를 잡아준다는 점이 이전과 달랐는데, 아직까지는 리듬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집중했을 때에 지시대로 움직이는 미트를 때리면 쾌감이 든다.

6. 이건 정말 내가 이런 걸 해야하나 싶은 메뉴들이다. 관장님은 내게 살을 뺄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런 걸 시키는 걸 보면 내심 내 지방들을 앗아가고 싶은걸까 생각한다. 초중학생 선배들과 함께 하면 먼저 끝내고 사시나무처럼 윗몸일으키기하는 이모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쓰겠다.


복싱하면 줄넘기만 시킨다던데….


이건 적어도 내가 거친 관장님 두 분과 동료들이 다니는 체육관 여러 곳 얘기를 들어봤을 때 없는 얘기다. 요즘은 흥미 위주로 코칭하기 때문에 없어지는 풍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두 분은 하지근력이 약한 관원들에게는 강요없이 런닝머신으로 대체했다. 줄넘기를 강요하는 체육관이라면 재고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몸을 데우는 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라운드는 한다.

개인 락커
준비물


체육관에 처음 가는 사람이 구비해야할 최소한의 준비물은 운동복과 쿠션이 있는 런닝화다.

핸드랩과 복싱글러브는 구할 수 있다면 미리 구해도 상관없다. 나는 체육관에서 샀다.

아래로는 줄넘기, 스텝때문에 권하는 것
여자인 경우 하이서포트 스포츠브라
무릎이 약한 경우 보호대
(무릎에 반복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뛰는 것 보다도 앞다리를 축으로 회전할 때 양무릎이 뒤틀려서 통증이 발생했다.)

손목보호대를 따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핸드랩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 손가락마디가 아프신 분들은 테이핑을 하시는 것도 봤다.

나는 기본기와 체력훈련을 한달간 하고 한달만에 글러브를 꼈는데, 이건 체육관마다 다르다고 알고 있다. 바로 샌드백을 치는 체육관도 있는데, 장단이 있겠지만 스트레스 해소로는 후자가 더 좋지 않나 싶다.

초보자의 짧은 경험담


추천하는 점

  • 거울을 보면서 하는 반복훈련이 많아 ‘하다보면 된다’는 게 뭔지 다른 운동에 비해 금세 느낄 수 있고, 이게 자기긍정이미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샌드백을 칠 때 타음이 거슬릴 것 같지만 소리에 예민한 편인 나도 타격감과 타음을 즐기며 운동한다.

  • 예의바르고 열심히 운동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몽글몽글 인류애가 생긴다. 물론 나보다 경력많은 주먹짱 선배들이다.



생각해볼 점

  • 세간에서 말하는 예쁜 몸을 만들기는 어려움

미관상 좋지 않은, 사람들이 보톡스를 맞고서라도 약화시키기를 원하는 근육이 계속해서 강화된다. (ex. 종아리알)
이런 말을 늘어놓으면 망설이게 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세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바 시작할 때 이런 점을 고려했었다.
그렇지만 일단 하고나니 몸태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그만둘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의 태를 만들기 위해 했던 헬스나 필라테스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해보고 본인이 재미있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눈바디로 결과를 내는 게 제일 재미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 굽힘근 단축

이건 동료도 공감한 부분인데 주로 굽힘근들이 많이 사용돼서 안그래도 굽힘근을 많이 쓰는 사람들(사무직)이 복싱만을 한다고 하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동료는 라운드숄더가 있는데 복싱을 하고나면 흉근이 너무 당겨 아프다고 했다. 자율운동이 가능한 체육관이라면 굽힘근을 풀고, 폄근을 강화해 보완해주면 좋을 것 같다.

  • 근육통 (근데 이제 다양한..)

나처럼 나약한 직장인들이라면 금세 손가락마디, 손목, 어깨, 무릎이 아플 걸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타격을 주는 운동이다보니 운동한 것처럼 아픈 게 아니라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특히 상체)
그래도 버티다보면 운동중에도 통증을 잊기도 한다. 계속 아프다면 휴식하면서 따로 강화운동을 더해주면 된다. (염증이 아닌 경우)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사람의 눈으로 써본 글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천천히 운동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제일 기록이 좋았던 작년 여름쯤
날 좋을 때면 생각나는 등산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준 필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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