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이틀 연속으로 오게 된 삼성역…
윤지와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를 보기로 해서
삼성역 인근 마이아트뮤지엄에 갔다.
우리는 밥을 부지런히 넣어주지 않으면 고장나기 때문에 만나자마자 식당으로 향했다.


마마스 시그니처 18,500
- 단호박 으깬 것과 블루베리쨈이 부드럽고 단 맛을, 크림치즈가 담백한 맛을 주었다. 접시 위에 있는 것 전부를 빵에 올려먹어도 조화로웠다. 샐러드 소스는 발사믹이었던 것 같다.
무화과 프로슈토 샌드위치 15,500
- 샌드위치에 들어간 무화과는 건무화과였다. 자칫 너무 달까 싶었지만 짠 프로슈토햄과 치즈에 적절히 어울리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카사바칩이 맛있었다.
케일청포도자몽주스 7,300
- 케일청포도가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윤지는 자몽까지 든 걸로 시켰다. 잘 섞이지 않아 청포도와 자몽맛이 따로 나기도 했는데, 청포도와 자몽이 서로 맛을 보완해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윤지도 맛있게 먹은 듯 했다.
말차레몬티 6,800
- 테라로사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민트레몬에이드가 생각나 시켜본 티. 예상 외로 많이 셨지만 중독되는 맛이었다. 말차도 맛이 강해서 서로 자기주장이 심했다. 맛 없는 것처럼 묘사된 것 같은데..나는 맛있었다. 양이 많아서 남긴 게 아쉽다. 요즘같은 때는 음료를 들고다녀봤자 마실 수 없으니..🥺
마마스 시그니처는 계절별로 나오는 과일이 바뀐다고 하는데, 우리가 먹은 건 무화과였다. 어쩌다보니 무화과에 집착하는 사람들같은 메뉴가 되어버렸지만 만족스러웠다.

마이아트뮤지엄으로 향하던 중 만난 파리크라상. 방금까지 빵을 잔뜩 먹어놓고 빨려들어가듯 가게로 향했다. 그래도 배는 부르니 아무것도 사지는 않았다.
찍은 사진이라고는 반숙 퐁당 에그 샌드위치 하나인데, 나처럼 반숙을 좋아하는 준이가 생각나서 그랬다. 요리는 귀찮아질수록 맛있다는 말이 있는데, 통계란을 굳이 반숙으로 삶아 넣은 세심함이 반숙파로서 기뻤다.


이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마이아트뮤지엄 옆에 있던 스타벅스 리저브에 들렀다. 스타필드를 조금 돌아다녔더니 둘다 체력이 바닥나서 전시를 보다가 잠들 것 같았다.
윤지가 드립을 시켜서 바에 가서 내려주시는 걸 보며 파트너 앞치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스타벅스는 파트너가 검은 앞치마를 착용하려면 사내 인증 제도를 수료해야 한다고 한다. 이곳은 리저브라 전직원이 검은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전 직원이 수료했기 때문인지, 리저브의 규칙인지는 모르겠다.

볼리비아 솔 데 라 마냐나 7,500
- 풍미 : 구운 견과류와 보리를 닮은 고소함, 스모키한 번트 캐러맬 피니시
설명은 봤지만 나로서는 다른 커피와 맛을 구분지어 표현하는 건 어려웠다. 이제 윤지가 커피마스터가 되면 무지렁이한테 후각훈련을 시켜주지 않을까.
콜드브루 플로트 8,000
-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콜드브루 위에 올린 음료였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애매한 맛의 콜드브루가 되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통에서 스쿱으로 떠서 올리는 게 아니라 동그란 모양으로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뜯어 올려주는 형태였는데, 그건 신기했다.

이 날은 전시 마지막 날이었고, 마감시간과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어서인지 전시장 바깥부터 줄이 길었다.
10분정도를 기다려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서도 15분정도 더 대기했다.

기다리면서 읽은 글.
아쉽게도 주말에는 사진촬영이 전면 금지되어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인 일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림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으니까. 사진촬영이 허용됐다면 분명 전부 감상하는 데에 두시간이 넘게 걸렸을 것 같다.
전시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관람객이 너무 많았던 탓에 공간과 작품에 대한 온전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윤지의 뒷모습. 뒷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 내 손이 긴장을 한건지, 사진을 기울여 찍어 나중에 보정했다.
배경이 된 작품은 <정적인 순간>이다. 좌측 상단에 해같은 부분은 작품에서 표현된 게 아닌 듯 하다.

청량한 여름빛 작품들에 이끌려 전시에 가게되긴 했지만 계절 때문인지, 내 마음 때문인지 쓸쓸한 듯 평화로운 작품들에 이끌렸다.

유명 드라마에 삽입됐다는 작품. 이름처럼 황혼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기억한다.


늦오후의 해가 구조물의 생김새를 뭉갤만큼 강렬하게 비추는 데 반해 땅거미가 가까워옴에 따라 그늘진 곳이 대비되는 것이 마음에 닿았다.

작품이 끝을 향해갈 무렵 오디오가이드에서 작가의 아들이 자연에 의해 생긴 그림자는 따듯하지만 건물로 인해 생긴 그림자는 시원하다고 말해 작가에게 영감을 줬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빛이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같은 장소도 구도를 바꿔가며 그려낼 만큼 빛을 사랑한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이 있다면 평일에 조용한 공간에서 즐기고 싶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싱일기 1 : 복싱을 뭐하러 하세요? (0) | 2021.11.13 |
---|